[트렌드뷰06] MP3 팔던 남자, 모공전문 화장품에 올인한 사연

  • 기사입력 2015.12.24 11:09
  • 기자명 소마




기업 대표의 풍모를 지니지 않았다. 꾸부정한 자세나 무겁지 않은 안경테 그리고 러프하게 걸친 남방의 느낌은 그를 대표로 보이게 하지 않는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아도 좋을 만큼 스마트한 젊은 느낌을 가진 그에게 실패의 느낌을 찾기는 어려웠다. 세상이 아직은 무섭지 않은 청년의 눈빛을 본다. 그가 처음부터 화장품 장사꾼이 아니었음을 알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왜 화장품이었는지를 듣기 위해 그의 전직을 묻는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MP3 플레이어를 팔다



그는 신문 방송학과를 나온 사람이다. 그의 표현 대로라면 그는 대학에서 공부를 지지리도 하지 않았고 언론을 던져버리고 사업을 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대학 시절 잠시 미국에 가서 보았던 사회의 모습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언론이 아니고 기업이라고 느끼면서였다. 젊었던 그는 힘을 갖고 싶었던 게다. 그는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졸업을 하고 처음 갔던 직장은 종합상사였고 하게 된 일이 외국에 가전제품을 파는 일이였다. 그 곳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중에 사업을 같이 할 사람을 만나게 되고 본격적인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세운다.



“보름 동안 집을 나간 남자들”



2004년 10월 1일.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수렁에 빠진 날’이다. 그는 이 날을 잊지 못한다. 그가 MP3 플레이어를 만들기로 하고 사업을 시작한 날이다. 말레이시아 바이어와 계약을 하고 개발은 한국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하기로 했다. 개발을 끝내고 11월 중국에 세 명의 한국 남자들이 들어갔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생산을 맡았던 중국 업자는 다 되었다고 오기만 하면 된다던 말과는 달리 아무 것도 만들어 놓지 않은 상태였다. 세 남자는 호텔을 포기하고 사흘 밤낮으로 작업을 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중국인 근로자들이 이들을 도와준다. 세 명 중에는 와이프가 첫 아이를 막 출산한 남자도 끼어 있었는데 일주일만 있겠다던 중국 행은 보름을 넘기게 된다. 금방 물건만 찾아서 돌아갈 줄 알았던 이들은 매일 아침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하루씩 귀국 날짜를 연기하며 물량을 채워나갔다. 한국의 가족들은 일주일이면 온다던 남자들을 얼마나 걱정 했겠는가.









결국 그들이 만든 MP3 플레이어는 말레시아 바이어에게 보내졌다. 얼마 뒤 말레시아 바이어에게 연락이 온다. “미스터 정 엠피쓰리가 돌아가다가 자꾸 멈춰.” 그 후로도 MP3 플레이어의 오작동은 계속 문제가 되었고 결국 전량을 다 수거하고 위약금을 물어 주게 된다. 그는 그 후 용산 전자상가로 들어가 가전제품을 OEM으로 팔게 되는데 그때 그가 팔았던 것은 DVD 플레이어다. 그런데 DVD 플레이어는 사용 방법이 복잡한데다 가전제품은 1년 간 A/S를 해 주어야 하는데 중국산 가전제품은 고장이 많았다.



“아침부터 경상도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 우리가 판매한 DVD 플레이어 때문에 2시간을 욕을 하는 거예요.

그때 전화를 받는 직원이 서울 아가씨 인데

매일 항의 전화가 오니 여직원이 배겨나지를 못하는 거죠.”



그가 사들인 중국산 DVD는 전량 고장이 난 상태였고 중국에 수리하라고 모두 보냈는데 중국인들은 그 물건들을 하나도 수리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대로 돌려보냈다. 어쩜 그렇게 중국스러운지.......



“중국에서 만들어 온 제품 단가가 사 만원 이었어요.

그것을 고물 장사에게 개당 천 원씩으로 전량 넘겼어요.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 몇 잔 마시니 돈이 없더군요.”



그는 MP3 플레이어와 DVD 플레이어 등 가전제품을 팔면서 가장 큰 문제가 A/S 였다고 말한다. 그 후에 가전과 함께 인터넷으로 옷도 팔아 보지만 옷은 부피와 사이즈의 문제가 있었고 매번 새로운 사진들을 올려야 하고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사업분야였다.



“창고를 열어 보면 별개 다 있었어요.

돈이 될만한 것은 뭐든 팔았어요.”



화장품을 만나고 가전을 버리다



그는 아는 분으로부터 화장품을 한번 팔아 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화장품을 팔게 되면서 가전제품의 매력을 잃어 갔다. 그 즈음 Apple에서 출시한 iPhone을 사용해 보고 그가 MP3 플레이어를 만들면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 해결해 놓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가전을 완전히 포기하고 화장품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때가 2009년이다.



“화장품을 사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은 천 명 중에 한 명 정도에요.

화장품 뚜껑이 안 닫힌다거나 어떻게 여는지 문의 해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트러블이 있다고 연락해 오는 경우도 만 명에 한 명 정도 일까? 그 정도였어요.”



2009년 10월에 그가 화장품을 시작하며 처음 만든 것은 화장품이 아니다. 처음 만든 것은 피지제거기였다. 금속의 섬세한 느낌으로 잘 다듬어진 모양이다. ‘SKINMISO’를 달고 나온 제품의 시작이다. 그리고 2010년 12월에 드디어 스킨미소의 진짜 화장품 ‘코팩’이 나온다.





“저는 촌 놈이라서 함께 일한 사람들은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아무도 자르지 못하고 제 카드빚으로 월급을 줬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화장품에서 매출이 날 거라고 생각 했는데 한계가 오기 시작 한 거죠.





줄 돈은 제때 어김없이 그 날짜가 오면 줘야 하는데

내가 매출을 일으킨 돈은 그날 안 들어오는 거죠.

아무리 함께 오래 일했어도 헤어질 땐 채권과 채무만 남아 있더군요”



사지를 잘라내니 새 살이 돋았다



2004년부터 함께 하던 사람들이 2011년이 되었을 때 열 명 정도 되었는데 이 때 함께 했던 직원들을 모두 정리하게 된다. 그는 2011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결국 그는 여러 가지 화장품을 만들어 보지만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는다. 고민 끝에 잘 팔리는 제품만 팔아보자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의 ‘스킨미소’가 자리를 잡으며 ‘코팩’이라는 주력 상품을 기반으로 그것과 연계한 모공에 대한 특화 된 우리 화장품을 고민하게 된다.





“여인의 삶을 개선하는 거창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장품으로 지구를 지키려는 것도 아니에요.

제 살 길을 찾는 것 뿐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앞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중국시장을 바라보며 특화된 화장품으로 중국시장에 도전할 꿈을 꾼다. 중국시장을 잡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어느 분야든 버텨내기 힘들다. 중국에서 한국의 제품이 제품 자체의 가치나 브랜드 가치가 있어서 팔리는 것이 아니라 한류에 의해서 팔리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그 한류 열풍으로 팔리는 시장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카테고리에서 특화된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를 브랜딩 해야 한다. 스킨미소를 브랜딩 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고민은 이제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다. 더 전투적으로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가질 것인가를 고민한다.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되고 싶기는 했어요.

내가 그 주체가 되고 싶었어요.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사업을 하며 뼈저리게 느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다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돈이 없다는 것은 인간의 자존감을 건드려 버리죠.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지금 경쟁력이 없어요”



스킨 미소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들의 고민은 그냥 살아남는 것에 있지 않다. ‘어떻게 더 잘 살아 남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트렌드뷰]는 그동안 트렌드와칭에서 진행하던 인터뷰를 더 보강한 기획 인터뷰입니다. 스타트업을 비롯하여 공유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기업의 CEO나 임원을 인터뷰 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트렌드뷰] 인터뷰에 관심있는 기업들은 언제든지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by 배운철





"트렌드와칭 텔레그램 참여하기 (최신 소식, 자료 공유)"

somaim@think1more.kr

광고문의 보도자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