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가상화폐, 오타쿠코인

  • 기사입력 2018.05.10 13:15
  • 기자명 윤형석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오타쿠(オタク)'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이제 글로벌하게 사용되는 단어로 자리잡았습니다. 비주류로 생각되었던 오타쿠는 이제 일본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였고 그 영향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오타쿠들을 위한 암호화폐 오타쿠코인(Otaku coin)을 소개합니다.





오타쿠코인이란?



오타쿠코인은 오타쿠 문화의 발전에 공헌하기 위한 목적으로 TOM(Tokyo Otaku Mode)에 의해 설계되었습니다. 이더리움(Ethereum) 플랫폼 위에 만들어질 이 코인은 애니메이션・만화・게임 등의 콘텐츠 영역에서 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작품에 직접 반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국에 오타쿠코인이 알려진 것은 최근 일입니다만 사실 오타쿠코인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017년 12월 입니다. 오타쿠코인의 초기 설정은 AR(증강현실)을 이용하여 공중에 떠있는 코인을 찾아 주먹으로 치면 얻는 방식을 생각했었습니다. 마치 일본의 유명게임 '포켓몬GO'와 '마리오'를 섞어놓은 듯한 컨셉은 매우 독특하여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

(출처: 포켓몬GO 홈페이지)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에 봉착한 것인지 코인 획득 방식을 바꾸어 애니메이션 시청, 콘텐츠 공유, 콘텐츠 리뷰 등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도록 바꾸었으며 이로 인해 획득한 코인은 협력 기업의 상품구매 또는 게임・애니 등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타쿠코인 프로세스

(출처:오타쿠코인 홈페이지)



참조: 오타쿠코인 컨셉페이퍼(일어) 오타쿠코인 컨셉페이퍼(영어)





오타쿠코인만의 특이한 구성원



오타쿠코인은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구성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VR기기를 제작하는 오큘러스(Oculus)의 창업자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소학관(小学館)의 상무이사까지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

아래: 소학관 상무이사 오가 노부히로

(출처: 오타쿠코인 컨셉페이퍼)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참여자가 있습니다. 바로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키즈나 아이(キズナ・アイ) 입니다. 키즈나 아이는 가상 유튜버 입니다. 스스로 AI라고 말하는 이 유튜버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가상 캐릭터입니다. 2016년 12월에 방송을 시작한 이 유튜버는 2018년 5월 현재 약 18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에 발랄한 목소리,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정변화가 특징이며 가상 유튜버이기에 실제 유튜버들이 할 수 없는 콘텐츠까지 만들며 대 활약 중입니다. 이에 전 세계에서 팬층을 확보해나가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상 유튜버 키즈나 아이(귀엽다)

(출처: 키즈나아이 Youtube 채널)





오타쿠코인의 어드바이저로써 포함되어 있다.

(출처: 오타쿠코인 컨셉페이퍼)





오타쿠코인에 대한 현지 반응



오타쿠코인 준비위원회(OCPC, Otaku Coin Preparation Committee)의 포부와는 달리 일본 현지에서는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타쿠코인이 처음 구상이 되었을 때 ICO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오타쿠를 대상으로 한 몫 챙기려나보다', '오타쿠문화를 돈벌이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져나왔고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OCPC는 2018년 5월 9일 아키하바라에서 개최한 「오타쿠코인 구상발표회」에서 ICO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왼쪽: 오타쿠코인이 ICO 언급한 사진, 오른쪽: ICO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진

(출처: 왼쪽부터 仮想通貨にねこパンチ, ITmedia NEWS)



이름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한 후 결제할 때 「오타쿠코인으로 결제할게요..」라고 말하기 창피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물론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오타쿠'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이 있어 오타쿠코인을 보유하거나 사용하는데 부정적인 의견도 많습니다.



또한 오타쿠코인이 주 소비층인 오타쿠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업들의 이윤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오타쿠코인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가 얻는 메리트가 적다는 것이죠. 이에 굳이 오타쿠코인을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오타쿠코인이라고 하는 요상한 ICO가 중간착취를 하려는 감이 있어서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참고바랍니다.

(요약: 그냥 현금을 쓰면 된다, 출처:트위터)





오타쿠코인 VS 모나코인. 오타쿠들의 반발



오타쿠 문화의 발전을 위해 발행하겠다는 오타쿠코인. 여기에 반발하는 세력이 나타나는데 그들은 기존에 모나코인(Monacoin)을 사용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나코인은 일본 최초의 가상화폐(암호화폐)로 일본 커뮤니티 2ch(2ちゃんねる)에서 탄생하였으며 2ch에서 자주 쓰이는 아스키 아트(ASCII Art, 문자로 그리는 그림) '모나(モナー)'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발행되어 상품구매, 후원 등으로 사용됩니다.





모나코인 및 대표 캐릭터 모나코인쨩(モナコインちゃん)

(출처:모나코인 홈페이지, Monappy)



그러면 오타쿠코인과 모나코인이 무슨 연관이 있길래 이렇게 반발하는 것일까요? 그건 오타쿠코인은 '오타쿠 문화를 위해 만드는' 가상화폐인 반면에 모나코인은 '오타쿠 문화에서 탄생한' 가상화폐이기 때문입니다. 모나코인의 상징인 이모티콘부터 일본 이용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하며 대표 캐릭터와 관련 캐릭터를 만드는 등 모나코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130만엔이라는 거금을 들여 자발적으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 모나코인 광고를 띄우거나 홍보활동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여 SNS에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오타쿠들의 애정을 담은 모나코인은 오타쿠 문화에 뿌리깊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오타쿠들의 성지인 아키하바라에서 모나코인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오타쿠들의 축제인 코믹마켓(コミックマーケット)에서 이용 가능합니다.



따라서 모나코인은 오타쿠들이 키웠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곳에서 거래를 하거나 채굴・사용으로 가치창출을 하며 경제 생태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거죠. 그 와중에 OCPC의 오타쿠코인의 발행은 기업들이 모여 자본을 앞세워 모나코인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를 부수고 오타쿠코인에게 유리한 생태계로 재구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나코인은 비중앙집권적 구조인 반면에 오타쿠코인은 중앙집권적 구조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모나코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모나코인을 쓰면 되는데 굳이 오타쿠 코인을 쓸 필요가 있나? '라는 반응입니다. 한편으로는 모나코인이 오타쿠코인에 밀려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반응입니다.





모나코인을 지지하는 의견들

(출처: 트위터)



반면에 대부분 일본에서만 사용되는 모나코인이 해외에서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하기에는 힘들며 먼저 생겼다고 해서 완벽한 코인이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따라서 여러 기업이 하나가 되어 추진하는 오타쿠코인 쪽이 전세계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으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코인의 경쟁력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타쿠코인을 지지하는 의견들

(출처: 트위터)





앞으로의 해결해야 할 과제들



현재 오타쿠코인에 대한 오타쿠 대부분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1코인=1엔으로 발행 예정인 1000억개의 코인 중 39%를 OCPC가 운영비로 사용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390억엔(약 3900억원)을 거저 가져가는 사기꾼들이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5%를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미끼로 오타쿠들의 돈을 뜯어낼 계획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컨셉페이퍼에 운영비로 지출될 내용들이 적혀 있지만 우선 오타쿠코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오타쿠코인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만화・게임 강국인 일본이니만큼 자국 시장에서의 이미지 개선이 중요한 과제가 될 듯 싶습니다.



1코인=1엔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격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부족한 듯 싶습니다. 아직 완전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가치가 안정화된 코인)이 없는 상황에서 가치를 안정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듯 싶습니다.



현재 오타쿠코인의 현금화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1코인이 1엔의 가치를 지니게 하려면 1코인을 가져다 주면 반드시 1엔을 주는 주체가 있어야합니다. 달러 연동 가상화폐 테더(USDT)의 경우 테더가 발행된 만큼 테더재단이 달러를 보유하며 테더를 가져다 주면 1달러로 교환을 해주는 형식으로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있습니다. 만일 오타쿠코인이 테더의 방식을 따라간다고 하면 발행개수의 금액인 1000억엔을 보유하고 있어야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제작자가 아무리 오타쿠코인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현금화시키지 못하면 마일리지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1. 오타쿠코인 컨셉 페이퍼 (홈페이지)

https://otaku-coin.com/pdf/ConceptPaper_DL.pdf



2. 「ICO実施しない」“オタク業界”向け仮想通貨「オタクコイン」の新構想とは (ITmedia NEWS)

http://www.itmedia.co.jp/news/articles/1805/09/news124.html



3. 仮想通貨投票し、アニメ制作支援 トーキョーオタクモード (日本経済新聞)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3025461009052018X30000/



그 외 트위터 및 온라인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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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gze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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