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연하고 스마트한 재택근무를 바라며, 이봉규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최근의 재택근무는 탄력근무(flexible working)나 스마트워킹(smart working)을 위한 것보다 바이러스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직장이 일시에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원격회의 기기들을 구매하는 것도 마스크 사는 만큼이나 만만치 않고 무조건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쪽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업무에 대한 만족이나 실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는 어쩌나 하는 의구심과 우리가 원하는 혹은 바람직한 재택근무는 무엇인가 하는 원천적인 질문도 하게 된다. 일하는 것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는가도 간과할 수 없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처럼 일만 하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각으로 볼 때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유토피아고 꿈이나 재능에 상관없이 의사나 법관과 같이 일부 특정 분야의 전문가만 최고인 줄 알다가 자랑스러운 BTS나 봉준호 감독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쨌든 모두가 답답하고 우울한 현재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 혁신적인 기술들로 어떤 새로운 산업이 출현했고 일하는 방식이나 근무공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784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기술이 방직기에 최초로 접목되면서부터 일하는 것도 사람에서 수력과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식 생산설비로 대체돼 기계화 혁명과 물류 혁명이 시작됐다. 당시 영국은 증기기관을 섬유산업에 도입해 거대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일자리가 공장이 위치한 도시로 몰리다 보니 매연을 포함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도 강구됐다.

일례로 1902년 하워드(Ebenezer Howard)가 ‘미래의 전원도시(Garden Cities of To-Morrow)’에서 제안한 그린벨트 같은 개념은 오늘날까지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증기기관차는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마차와 함께 증기기관차 앞에 가야 하는 ‘적기조례’와 같은 법으로 한계에 봉착했고 새로운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는 독일과 미국에 밀려나게 됐다. 1861년에 제정되고 1865년에 강화된 영국의 도로교통법은 차량 무게뿐만 아니라 속도도 시외에서 6Km/h, 시내에서는 심지어 3km/h로 제한해 독일의 벤츠, 프랑스의 르노 그리고 미국의 포드 자동차들이 달려가는 것을 수수방관 하게 만들었다.

증기기관이 출현하고 100년 가까이 지난 1870년 미국 신시내티 도축장에 최초로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되는데 이것은 에디슨(Thomas Edison)에 의한 전기 기술과 테일러(Frederick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이 공장에 접목되어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이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량으로 생산된 소비재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초래했고 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저임금 수령은 물론이고 실업 상태에 빠지게 했다.

한편으로는 이때부터 잉여인력이 근무할 새로운 개념의 사무실(office)이라는 일하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작업 현장에서 청색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블루칼라와 이에 대응되는 화이트칼라라는 용어도 사용하게 됐다. 당시 산업화의 선도기업들은 가치사슬 상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 R&D, 마케팅, 브랜드 경영, 광고에 집중하고 제조 분야는 대체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어 후발주자들의 부가가치를 계속해서 낮추는 생태계를 조성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글로벌 분업 구도를 고착했다.

또다시 100년이 지난 1969년에 최초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인 Modicon 084가 도입되면서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의 약진으로 정보화 시대가 열리면서 육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지적인 부분도 시스템으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DNA(데이터, 네트워크, AI) 기술이 기존 레거시(Legacy) 시스템과 결합해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을 생산하고 있다. 즉, 공유경제로도 알려진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많은 나라에서 활성화돼 일하는 행태나 방식도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 우버와 같은 플랫폼 노동도 단기간에 물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형태에서 이제는 지식 서비스까지도 제공하는 앱 기반의 긱 노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DNA 기술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자동화와 무인화 추세를 더욱 빠르게 확산시키고 생산함수를 수확체증이 가능하게 만들어 기업이 생산과 시장에서 자연 독점하고 서비스 산업도 제조 분야와 같이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볼 수 있게 했다. 이렇듯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agile) 경영이 가능한 조직과 프로젝트 중심의 다기능 팀(cross-functional team)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결국 혁신적인 DNA 기술 발전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그리고 근무환경도 진화시키면서 스마트 스페이스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알리고 있다. 이제는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5G 기반의 스마트 오피스를 포함한 스마트 스페이스로 확장해야 할 것이다.

왜 젊은 친구들이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카페 주인은 왜 전기충전과 모바일 네트워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갑론을박하면서 몇 년을 허비했던 IPTV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모든 일하는 스타일이나 근무시간 그리고 장소도 포용력을 갖고 수용하여 누구나 스마트 스페이스에서 스마트하게 워킹하기를 기대해 본다.

기고자: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bg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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