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랩의 왕이 될 검은 나비. 켄드릭 라마

  • 기사입력 2015.09.21 15:45
  • 기자명 이현파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



새로운 랩의 왕이 될 검은 나비





컨트롤 비트 다운받았습니다



2013년 한국 힙합씬을 뒤엎은 최대의 사건은 누가 뭐래도 스윙스가 촉발시킨 '컨트롤 디스전'이었다. 개코,이센스,사이먼디,딥플로우 등 수많은 국내 랩퍼들이 똑같은 'Control'(Big Sean 원곡) 비트 위에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랩퍼들을 서로 디스하면서 힙합에 관심이 없는 네티즌들마저 이 디스전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쇼 미 더 머니 시즌2'와 함께 힙합씬에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킨 계기가 되었다. 디스전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그 원조인 미국 랩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고향인 컴튼(Compton)에서의 좌절과 꿈을 멋지게 그려낸 의 놀라운 성과를 비롯, 'Control'에서의 광범위적(!) 디스는 그를 차세대 최정상의 랩퍼이자 이슈 메이커로 각인시켰다. 2014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가 굵직한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힙합팬들이 손꼽는 불만거리 중 하나일 정도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5년,(나비 착취하기)라는 제목의 앨범을 들고 그가 돌아왔다. 발매와 동시에 힙합팬들과 평단에서 찬사가 빗발쳤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넘쳐나는 찬사가 말해주듯이,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그의 지위는 '기대주'가 아닌 '거장'으로 격상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이 앨범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나비 착취하기,



국외 힙합을 듣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꺼내는 이유는 '가사가 무슨 말인지 모르니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는 가사가 무슨 말인지 모르고 들어도 나쁘지 않다. 앨범 그 자체로 멋지고, 풍성한 사운드를 갖춘 작품이다. 이 앨범이 흑인, 아프로 아메리칸(Afro-American/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긍지,고통과 성공을 강조한 작품이기 때문일까? 재즈,펑크(Funk), 소울 등 지극히 옛스러운, 흑인 음악 본연의 사운드들이 앨범의 정면에 배치되면서 귀를 즐겁게 한다. 첫번째 싱글인 'I'의 샘플로 활용된 곡 'Who's that lady'의 주인공 아이슬리 브라더스(The Isley Brothers)라든가, 첫 트랙인 'Wesley's Theory'에 참여한 '펑크 할아버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참여는 분명히 상징적이다. 켄드릭 라마의 속사포랩만큼이나 현란한 재즈 연주가 내세워지는 'For Free(Interdue)' 같은 트랙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켄드릭 라마는 힙합이 흑인음악의 다양한 기타 장르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우리 대한민국 토종팬들이 가사 해석을 찾아보지 않아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는 '가사', 즉 문학적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서 켄드릭 라마의 랩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내면을 되돌아보도록 재촉한다. 또한, 미국 사회의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조차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같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면, 최근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주류 랩퍼들이 돈, 여자, 마약, 섹스로 환원되는 천편일률적인 스웨거를 강조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사운드적으로나 가사적으로나 트렌드의 정반대를 지향한 가 지니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그는 우리에게 랩으로 묻는다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의 영화 <노예 12년>을 연상시키는 'Complexion'(A Zulu Love)에서는 아프로 아메리칸이 노예의 고통을 감수해야했던 고난의 역사부터 현재의 미국 사회를 가로지르며 피부색을 초월한 사랑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The Blacker The Berry'는 흑인이 차별당하고 착취당하는 사회에서 은연 중 방관자로 살아가고 있는 흑인들에 대한 자화상이다. 이 곡 내내 잔뜩 날이 서 있는 켄드릭 라마의 랩은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최근 오버 그라운드에서 이런 주제로, 이런 감정을 실어서 랩을 한 상업 랩퍼는 켄드릭 라마 외에 몇이나 될까. 켄드릭 라마는 단순히 사회에 대한 고발, 르포르타주(Reportage)의 성격을 넘어서서, 랩을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듣는 이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사회 운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게토(Ghetto)의 전쟁 같은 삶 속에서도 긍정의 정신을 잃지 말자며 외치는 'I'라든가, 자신이 바닥에서 올라와 이뤄낸 성취를 과시하는 'King Kunta' 같은 곡들 역시 결코 놓치면 안 될 것이다.





한 곡 하나 빼뜨릴 수 없을만큼 훌륭한 곡들로 가득한 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단연 마지막 트랙인 'Mortal Man'의 후반부에서 펼쳐진다. 켄드릭 라마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투팍(2Pac)의 생전 인터뷰 음성을 켄드릭 라마의 목소리와 이어붙여서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가상 인터뷰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비'가 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흑인들의 삶, 그리고 나비를 억압하는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두 랩퍼들의 대화는 팬들에게 가슴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교묘한 편집을 통해 이렇게 진실한 감동을 자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마약과 범죄, 무분별한 섹스가 넘쳐났던 컴튼. 그 곳에서 투팍의 음악을 들으며 불가능해보이던 꿈을 꾸었던 소년은 이 앨범의 재생시간이 끝나는 동시에 투팍과 왕의 자리를 바톤터치한다.(제이지와 나스를 비롯한 왕들보다 그가 위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앨범에서 'Black Boy Fly'를 부르던 그는 진정한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펼친다. 적어도 이 재생되는 시간 동안 속에서만큼은, 그는 투팍만큼 위대한 흑인일 것이다.





이현파(RealSlow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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