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자리 해결사 '김선희 홍보팀장'

  • 기사입력 2015.10.06 10:45
  • 기자명 김자현




‘부르릉~’ 서울특별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앞마당에 놓인 ‘일자리부르릉취업버스’의 시동 소리가 우렁차다. 점심 먹을 무렵 어김없이 들리는 이 시동소리는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과 구직 여성들을 향한 희망의 소리다.

핑크빛 희망 담아 서울시 곳곳을 누비는 이 버스는 25개 여성인력개발기관과 꼬박 6년을 함께 달려왔다. 2012년부터 토, 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일자리 부르릉 취업버스에 몸을 싣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선희 서울특별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일자리홍보팀장이다. 구직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녀도 과거 한 때는 경단녀였단다. 그래서일까. 경단녀와 구직 여성을 보면 왠지 모르게 돕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단다. 이들과 구인 기관을 연결해주는 희망 사다리 김선희 팀장을 만나 일자리부르릉서비스의 이모저모와 일의 가치관, 에피소드,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편집자주>









1. 경단녀 및 구직 여성을 직접 찾아가 상담해주는 ‘서울시일자리부르릉서비스’의 운영 계기 및 주요 목적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009년 3월 23일 첫 시동을 건 ‘서울시일자리부르릉서비스’는 현장으로 찾아가는 취업 상담서비스입니다.

일자리를 원하는 경단녀들이 정보에 목말라해요. 관계가 단절되고 정보와 멀어져있기 때문이죠. 동부여성발전센터를 비롯한 여성인력개발기관이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지만 이런 기관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울시일자리부르릉서비스’는 교육 및 구직 희망자와 서울시 20개(당시 센터현황, 현재는 25개) 여성인력개발기관을 연결시키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서울시의 일자리 정책을 알리고 취업 및 창업 상담도 하고요. 2015년 8월 현재는 자치구청,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복지관 등 30개가 넘는 기관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2. 경단녀와 여성 구직자들에게 유익한 서비스인데요,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일자리부르릉버스’는 34인승 버스를 개조한 것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회 서울 전역을 순회합니다. 전문 직업상담사 3명과 베테랑 운전기사 1명이 팀을 이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현장에서 상담하고요.

주로 찾아가는 곳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전통시장, 여성교육기관, 주민센터 등 여성이 많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지역 여성인력개발기관의 국비지원 프로그램이나 직업 훈련 교육을 홍보하고 취업 및 구직 상담도 지원합니다. 저희 팀은 주로 초기 상담을 합니다. 심층 상담은 지역 센터가 직접 담당하고요. 취업정보 제공 및 취업알선 등 사후관리도 주로 지역 여성인력개발기관이 합니다. 저희는 강동구를 포함하여 여성인력개발기관이 없는 미지정구나 서울시 주관 행사에서 만난 분들을 사후관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전역의 구인 정보를 갖고 있어 즉석에서 취업 알선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급하게 사람을 찾는 곳에는 간단히 이력서만 작성해서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실제로 현장알선을 해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3. 지역 마다 다르겠지만 하루에 몇 명이 찾아옵니까?



기관 당 28~50건 내외입니다. 행사에 나가면 200건은 거뜬히 넘기고요. 우리 팀 4명과 지역 여성인력개발기관 관계자 2명이 협업하는데 물 마실 시간도 없이 바삐 돌아갑니다.





4. 지역의 여성인력개발기관과 협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지역 여성인력개발기관 실무자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 기관이 부르릉 서비스를 원하고 잘 활용하지만 특히 중랑구, 노원구, 광진구, 양천구, 용산구가 적극적입니다. 일례로 노원구의 경우 여성주간이나 센터 주최 행사가 열리면 저희를 부릅니다. 용산구와는 MOU까지 맺었고요.

협업기관으로부터 ‘고맙다’는 한 마디에 힘든 것도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일자리 부르릉 취업상담버스는 구직을 희망하는 여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5. 실제 상담 건수와 함께 취업실적이 궁금하네요.



이용자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업 첫 해인 2009년 5,346명으로 출발해 2010년 6,572명, 2011년 7,455명, 2012년 8,586명, 2013년 9,139명, 2014년 9,297명이 이용하였습니다. 이 수치는 중복 숫자를 뺀 것으로 일일이 상담한 인원입니다. 이 가운데 실제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2009년 394건 시작으로 2010년 427건, 2011년 739건, 2012년 578건, 2013년 858건, 2014년 1,123건입니다.









6. 해마다 수치가 증가하는 걸로 미뤄보아 ‘일자리부르릉서비스’의 역할이 상당한 것 같네요.



네 그렇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취업 고령층에게 매우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취업 사기가 많은 요즘, 최소한 사기에 말려들지 않고 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IT 기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구직자도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7. 사람을 대하는 업무라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12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4년차에 들어섰네요. 지금까지 어려움보다는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상담 받으러 버스에 탄 분 중에 ‘어디로 끌려가는 거 아니냐?’ ‘사기 치는 거 아니냐?’라고 묻곤 하여 당황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웃음).취업한 구직자들이 과일박스나 오징어, 텀블러를 보내준 적이 있어요.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고마워하는 마음에 감동받죠.

현장에 나가면 일자리부르릉서비스를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 50대 이상 취업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들은 20~30대에 비해 정보 수집을 어려워하죠. 저희가 찾아가면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되고 취업 알선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받으니 무척 고마워하십니다.

대민 업무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특별한 사명감 없이 해내기가 쉽지 않아요. 대부분이 현장 근무라 체력이 필요하고 적극적이어야 해요. 현장에서만 느끼는 인간적인 특별함 때문에 지금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해온 것 같습니다. 8명의 직원이 똘똘뭉쳐 시너지도 내고 있고요. 덕분에 지난 2012년에는 센터에서 주는 ‘단합상’을 받았습니다. 팀워크가 유별난 저희를 타 부서에선 ‘특공대’라고도 불러요(웃음).









8. 상을 받을 만큼 팀워크가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호흡이 척척 잘 맞아요. 섬세하지 못한 저를 대신해 2호차 매니저가 이것저것 잘 챙깁니다. 두 기사님은 배려가 아주 남다르시고요. 세월이 흐르는만큼 동지애가 더 끈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랜시간 함께 일한 분들은 동료 이상이에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죠. 우리끼리는 식구라고도 합니다(웃음).





9. 대단한 팀이네요. 오랜 시간 일자리부르릉서비스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사례를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에피소드야 무척 많죠(웃음). 유난히 기억에 남는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할게요. 특1급 호텔 입사를 간절히 원하는 30대 초반의 여성을 반얀트리 호텔에 취업시켰습니다. 이 분은 특1급 호텔에 취업하기엔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이었고 경력이 짧아 애매했죠. 취업에 성공해 2년 간 열심히 근무하였고 지금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중입니다. 4년 전 중부여성발전센터로 지원 나가 인연이 된 여성구직자는 저희 센터로 연결시켜 현재 1층 취창업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한 구직자는 어린이집 시간제 교사로 취업하였는데 얼마 전에 원장이 되었답니다. 얼마전 용산센터로 지원 나갔을 때 빵을 한 아름 들고 찾아오셨더라고요. 원장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와 같이 경단녀나 구직자들이 취업해 열심히 일하는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기뻐요. 입에서 단내 나도록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끼고 열정이 더욱 샘솟습니다.









10. 경기도에서 일자리부르릉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자리부르릉서비스’가 타 시도에 소문이 난 모양이더라고요. 저희도 지난해에 경기도 일자리센터를 찾았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취업버스 1대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운행 중이더라고요. 이번에 서울시 응답소에 도입된 민원트럭도 일자리 부르릉 취업버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했고 저희 팀이 여러 차례 도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11. 여러 곳에서 일자리부르릉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네요.



일자리부르릉서비스는 서울시 25개 여성인력개발기관을 총괄합니다. 앞으로 사업이 보다 확대되어 여성만이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한 남성에게도 서비스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 앞으로 더욱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일자리부르릉서비스 외에 준비 중인 하반기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장에서 중고령층 여성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그러나 사업의 지속적 확대를 위해서는 청년층이 유입되어야 합니다. 과거에 ‘원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특성화고교생이나 전문대학생들을 취업시켜 사후관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올해 하반기에는 이를 보다 업그레이드하여 취업만이 아니라 멘토링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협동조합 코디네이터 양성 직무교육을 마쳤습니다. 이 과정은 최근 화두인 사회적 경제에 발맞춰 일자리 문제를 창업 및 협동조합의 시각으로 해결해 보려는 분들에게 △ 초기상담 △ 설립지원에 관한 지원업무 △ 사후관리를 하는 협동조합 코디네이터 직무교육입니다. 앞으로는 협동조합에 관한 상담도 일자리부르릉서비스에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저희 팀에서는 취업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직접 교안을 만들어 광진구와 강동구를 중심으로 강의를 해왔어요. 올해 8월과 10월에도 강동구민회관에서 여성취업과 여성창업에 관한 주제로 특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13. 경력단절여성 및 구직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각오 및 포부 말씀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경력단절여성이었습니다. 외식 업체 매니저와 대형 어학원 관리직을 두루 거쳤으나 셋째 아이를 가지면서 경력이 단절됐어요. 집에만 있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전단지 한 장을 받았습니다. 구직 상담 안내 전단지였죠. 상담하는 날 담당자가 제 이력을 보고는 직업상담 일을 권유하더라고요. 그길로 직업상담사 자격증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느라 낮에는 책 한 장 들춰보기 힘들었죠. 애들을 다 재우고 밤 10시부터 공부하기 시작해 딴 자격증이 바로 ‘직업상담사’입니다. 처음엔 성남시청 일자리센터에서 일하다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현 동부여성발전센터)의 구인공고를 보고 도전했습니다. 솔직히 기대를 내려놓았는데 합격하여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네요. 그 때 받은 전단지 한 장처럼 우연한 기회에 인생이 바뀔 수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시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부르릉 서비스는 경단녀 및 구직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자살을 기도한 한 조손가정의 할머니가 저희와 상담하고 나서 마음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직업 알선 및 교육, 상담기관이 아니라 여성에게 도전할 수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일자리부르릉서비스가 보다 확대되어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 Mini Interview -



서울특별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취창업지원센터 김보나 직원



“김선희 팀장님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









퇴직 후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둔 터라 힘든 상황이었죠. 아르바이트 장소인 상암동을 오가며 일자리부르릉취업버스를 몇 번 봤었습니다. 연락처만 적어두곤 들어가지 못했어요.

어느 날 용기 내어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 때 김선희 팀장님을 만나 구직 상담을 받았죠. 팀장님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저를 위해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봐주셨습니다. 마침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현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정보를 주셔서 바로 이력서를 넣었죠. 감사하게도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그게 2012년 9월입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죠. 올해로 4년째 일하고 있어요. 1층 취창업지원센터에서 교육 상담 및 수강 신청 업무를 맡고 있어요. 사람 만나기를 무척 좋아하는 제 성격과 참 잘 맞더라고요. 업무에 매우 만족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4년 전 일자리부르릉취업버스에 타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그곳에서 김선희 팀장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보았기 때문이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음에 더욱 감사했고요.

김선희 팀장님이 제게 희망을 주신 것처럼 찾아 온 분들에게 제 경험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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