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뷰 08] "이사는 변화와 혁신의 기회", 이사엔장인 스토리

  • 기사입력 2016.02.10 19:06
  • 기자명 소마


이사를 하는 것은 불편했다. 독립을 하고 이사를 혼자 준비 하면서 이사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이었다. 이사란 것이 그냥 짐만 싸서 장소를 이동하는 여행이나 휴가 같은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달팽이처럼 인간도 집을 이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이사를 다녔다. 아파트가 새로 들어설 때 마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던 기억이 난다. 이사 전날이면 어김없이 엄마는 밤잠을 설치며 짐을 꾸렸고 이사 당일에는 이삿짐 아저씨들과 싫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이사가 끝난 저녁에는 정리 되지 않은 짐들을 풀고 밤새도록 정리를 해야만 했다. 이사를 하고 몇 주가 흘러야 그제서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사 온 집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규칙이 생겼다. 그 긴 몇 주 동안은 온 가족이 각자의 물건을 찾으러 생각의 퍼즐을 맞추듯 풀지 않은 보따리 속을 기웃 거렸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이사였다.






날씨가 영하 13도를 넘어가는 추운 날씨였다. 이 남자를 만난 것은 두 번째다. 사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리 회사 대표와 친분이 있었고 작은 워크숍에서 직접 나눈 대화는 인사 정도였다. 그날의 워크숍에서 그가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그가 대표라는 직함의 무게감에 비해 업계의 사소한 사정을 전문적이고 다양하게 알고 있다는 인상은 남아있었다. 정확하게 논지를 집어내는 것에 다소 놀랐던 기억이 생각난다.



인터뷰를 위해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며 나는 다소 긴장 한다. 그가 보여 주었던 날카로움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거친 일을 하는 직종의 사무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쪽 벽면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고 직원들은 저 마다의 진지함에 빠져 있었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아침 시간이었고 업무가 시작된 지 한 시간 남짓이라 사무실 안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그는 다른 직원들과 같이 회사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있다. 점퍼라는 의복이 주는 고유한 느낌은 그도 노동자라는 표시와 함께 중년 남자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듯 했다. 어딘지 모르게 배우 감우성을 닮은 듯한 그의 외모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지만 대화를 시작하면서 그의 세계관에 다가갈수록 진지해지는 대화로 가려져 버렸다.





80년대 말의 마지막 운동권



그의 손은 두툼했지만 노동자의 손은 분명 아니었다.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왜 이사 일을 시작했을까? 80년대말의 복잡하고 혼란한 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진 이름 ‘전대협'.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면 모두 알고 있을 이름이다. 데모나 운동권을 잘 모르던 친구의 어머니가 ‘전대협은 유명한 사람인가 보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 이라는 농담을 하며 그와 그 시대를 이야기 한다. 이제는 이런 농담도 가능할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 때는 분명 아프고 뜨겁고 힘들었던 시절이었음에도 우리는 웃는다.



그는 당시 전대협의 간부였고 뜨거운 피를 가진 청춘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화염병과 짱돌을 들고 공권력에 맞서 싸우던 시절을 살았다. 20대의 청년 정도민은 세상의 외침에 등 돌리지 못하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게다. 그리고 그의 삶의 3년의 시간을 뜨거운 피가 원하는대로 그의 신념대로 고스란히 내어 준다. 당시의 시대가 그러했듯 전대협 간부였던 그는 3년의 수배 생활을 한다.



의리가 있지 한번 시작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가족과 지인들이 그로 인해 고통 받는 것에 그는 힘들어 진다. 그는 자수를 하고 긴 수배 생활을 마치고 입대를 한다. 당시 그에게는 그의 어려운 선택을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 준 여인이 있었다. 지금은 그의 장인이 된 그녀의 아버지는 그에게 이제 그만 기다리게 하라는 소리를 하며 결혼을 종용한다. 그는 부산 사나이답게 호탕하게 웃으며 당시의 장인의 선택과 자신을 믿어준 그녀에 대한 고마움을 행복한 웃음으로 말한다.



“우리는 한번 정하면 안 바꿔요. 한번 사귀었으면 같이 살아야죠.”





동생이 다니던 회사가 이사업체였어요



그는 군대도 제대를 했고 결혼도 했다. 당시 그의 동생이 이사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사 업계는 포장 이사라는 것이 도입 되었지만 비용의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적정한 거래를 하기 힘든 때였다. 그렇다 보니 가격에 거품도 있었고 거품은 결국 이사 업계 전체를 한바탕 흔들어 놓게 된다. 거품이 빠지면서 이사 회사들이 줄줄이 망하던 때다. 그러던 차에 정도민 대표의 동생은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힘들어지자 그 회사를 맡아서 함께 운영해 보자고 제안을 해 왔고 형제는 망해 가던 이사 회사를 살려 보려고 힘을 모았다. 정도민 대표는 처음 하는 이사 일에 자신을 담아 갔다.



가장 힘든 것은 언제나 사람



이사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이사는 다른 사업과는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업종이다. 쉽게 말해 몸으로 해야 하는 현장의 노가다 직원부터 계약과 견적을 내야 하는 직원 그리고 화물차와 사다리차를 움직여야 하는 직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사가 진행된다. 거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과의 서비스라는 그물에 모두 걸려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복잡한 인간 고리가 만들어지고 일을 매개로 이들은 갈등한다.



“3년을 같이 일한 직원이 있었어요. 그 직원을 자르지 않고 같이 가려고 오래 노력했지요. 능력 있는 사람과 능력 없는 사람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능력 있는 사람은 능력이 있어 이 부서 저 부서에서 원하죠. 그래서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능력이 없는 사람도 이 부서 저 부서를 옮겨 다니죠. 아무도 그와 일하려 하지 않아서 부서를 계속 바꿔 주게 되죠. 오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3년을 지켜본 직원은 떠나게 되었죠.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그는 사람을 쉽게 포기 하지 못했다. 그는 오래 지켜보았고 고민한다.



“언제나 사람이 문제 입니다. 모든 문제가 사람으로 결론나는 그런 순간들이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그것이 또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 하면 재미없잖아요. 남들이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기업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역시 사람입니다



그에게 보람에 대해 물었다. 그의 보람은 무엇일까? 그의 기업은 이제 안정적이고 단단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 그의 보람은 사업에 있지 않았다.



“직원 중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직원이 있어요. 그 친구가 20대 초에 아르바이트로 우리 회사에 왔어요. 그리고 군대를 갔다 오고 다시 연락이 되어 우리 화사에 또 오게 되었지요. 학교를 졸업하고 그가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연락은 계속 되었거든요. 그러다가 그가 우리 회사로 오게 되었어요. 우리 회사에 와서 우리 회사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아가요.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요. 한 사람의 인생을 함께 하고 있잖아요. 사람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책을 읽어야 사람이 변해요 사람이 변해야 세상이 변해요



그의 방의 책장에는 80년대의 책부터 90년대와 2000년대가 공존한다. 그는 책을 읽는다. 그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재미있는 기업을 하기 위해서다. 기업을 하는 이유가 그에게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기업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기업을 하려면 재미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에게 재미를 찾아 주는 것이 책이다. 그가 추천하는 책들을 수첩에 적으며 그의 시선이 궁금해진다. 그는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책을 읽히고 싶다고 말한다. 이사 일을 하는 회사의 한 벽이 모두 책이다. 정말 재미있는 회사다.





이사가 왜 싫으십니까?



인터뷰를 시작하며 이사에 대한 불편한 내심을 이야기 했다. 이사는 불편하고 자주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로 운을 떼는 나에게 그는 직설로 받아 왔다.



“이사가 왜 싫으십니까? 이사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삶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에요. 이사는 변화와 혁신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주변을 정리 할 수 있을 때가 언제던가요? 바로 이사할 때 사람들은 많은 것을 정리하죠. 여자들이 기분 전환을 하고 변화를 원할 때 머리를 하죠. 이사는 그런 겁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 볼 수 있고 자신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그런데 왜 이사가 싫습니까? 이사는 삶을 변화시키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의 이사에 대한 명료한 정의에 나는 그만 감탄하고 만다. 그는 자신이 하는 사업에 대한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달려 있는 ‘깡'이라고 쓰여 있는 버튼을 본다. 그게 무엇이냐고 묻자 새로운 것을 해 보자는 뜻에서 만들어 본 2016년도의 모토라고 한다.



이사는 서비스다



그는 이사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돈을 받고 물건을 옮겨주는 것만이 이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사 기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가 ‘일사천리(기업 이사1472)’ 로 자리를 잡고도 가정 이사인 ‘이사엔장인’을 시작하게 된 것이 기업 이사를 하면서 기업 임원들의 개인 이사에 업체를 소개 하면서 고민이 시작 되었다. 결국 그 고민도 서비스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대기업들이 주요 거래처인데 거래처 담당자들이 자기 회사 임원들이 이사를 하는데 믿고 맡길만한 가정 이사 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정 이사 잘하는 곳을 선정해서 소개를 해 주었는데 할 때마다 노심초사 불안감이 떠나지를 않는 거에요. 가정 이사를 해 봐야 회사 매출의 기여나 수익과는 연관이 없는데 리스크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 하더라구요. 그래도 기업 이사로는 대한민국에서는 대표하는 회사인데 가정 이사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 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가정 이사 전문기업인 ‘이사엔장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밥 먹어요



“결국 일을 한다는 것은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기업을 하는 거구요. 같이 밥 먹고 가시죠.”



인터뷰를 마치고 밥을 먹고 가라고 잡는 그의 호의에 식당으로 갔다. 그의 직원들은 언제든지 배가 고프면 내려와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자체 식당에서 직접 만든 국과 밑반찬과 그의 마당에서 키워 뽑아온 배추로 담근 김치를 먹었다. 그의 식당에는 따뜻한 집밥이 있었다.





문학을 했으나 세상을 걱정했고 자신이 배운 신념으로 그는 이제 이사라는 사업의 새로운 삶의 복판에 있다.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의 앞에 무엇이 다가 온다 해도 그는 피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그의 신념대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그의 건강한 신념에 기업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맨 정신으로 버텨 내기 힘든 요즘이다. ‘깡'으로 버텨 보자고 말해도 좋겠다.






기업이사든 가정이사든 이사업계에서 정도민 대표만큼 자신의 업에 대해서 확신을 가진 분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서비스를 향해 고민을 하고 있다. 그의 얘기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번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더 인간적인 면까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by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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