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글

  • 기사입력 2015.11.25 15:15
  • 기자명 박상훈


오늘 한국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조사한 결과입니다.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스타트업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되었는데요, 고려하는 지역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진출 선호 국가 1위가 올해는 동남아 지역으로 꼽혔네요! 이어서 미국이 2위 중국이 3위로 꼽혔습니다"






2000년 이후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동남아 여행 붐이 일어납니다.



여행에서 만난 동남아 좋습니다. 사람들 친절하지, 한국에 비해서 물가 싸지, 한국사람들 대우해주지,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영어 발음도 이상하고, 내 어눌한 영어도 제법 통하는 것 같고, 사람들도 여유 있고 참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어느 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요즘 동남아가 뜨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인구도 많고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곳이며, 계속 관심을 가져온 중국처럼 인터넷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고 하네요. 중국은 잊어라, 동남아에 이커머스의 골드러쉬가 오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아~ 이제 나도 동남아에 한번 진출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합니다.





동남아에 수출해서 대박이 터졌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마진 1%~2%를 고민하던 업체가 수출 이야기만 나오면 마진이 50% 이상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다 어수룩하고 한국 제품에 한류라고 하면 정신을 못 차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산지 8년 6개월.



내세울 것 없고 인도네시아를 아직도 배워가고 있는 구멍가게 아저씨가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1. 한류에 대한 믿음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의 마케팅 방안에 십중팔구 들어가는 말이 있습니다.



“한류스타를 통한 인지도 향상”



인도네시아에 정말 한류가 있을까요? 있다면 인기 있는 한류스타는 누구일까요?





얼마 전 제 지인이 현지 고위급 공무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가면 엑소 하나 사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이슬람이라서 술을 안 마시지 않냐고 하니까 XO 말고 EXO라고 했다는군요.





인도네시아에는 한류가 존재할까요? 네 분명히 존재하고 분명히 인니 문화에 많이 침투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한류스타는? 빅뱅, EXO, 런닝맨 출연자들.. 뭐 이렇습니다.



일반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는 광고모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한류가 분명히 있지만 일부 팬덤이 강하게 존재할 뿐, 모든 인도네시아인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X-Japan을 들었던 시기를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한류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 학년에 30명 정도의 정원입니다. 외국인이 10% 정도이고, 그 외에는 현지 학생입니다. 아이들 친구 중에서 한국을 갔다 오지 않은 친구가 한두 명 밖에 없습니다. 제 와이프에게 김치는 어디서 사냐? 오징어채 무침은 어떻게 만드냐? 말랑카우를 살 방법이 없느냐? 방학에 한국 가는데 어디에 놀러 가야 하느냐? 메신저로 엄청난 학부모님들이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은 일본과 똑같이 잘 사는 나라입니다. 오히려 한류 덕분에 일본보다 더 유명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한국 제품 좋아합니다.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도 상당합니다.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 데는, 한류가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한류가 모든 해외진출의 문을 열어주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현지에 진출한 M업체의 예로 마무리합니다.



한국에서 중저가 화장품으로 유명한 M업체가 인도네시아에 진출을 했습니다. 고급 Mall에 매장을 내고, 한류스타의 사진으로 광고를 도배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Mall에 갈 때마다 그 매장에 사람 있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 출장을 갈 때면, 화장에 관심 많은 둘째는 이메일로 링크를 가득 보내 놓습니다.



인니에 미*는 한국 가격의 2~3배라 한국에서 아빠가 사 오는 게 훨씬 돈 버는 거라고..



현지 친구들 것도 주문받아서 같이 링크를 보냅니다.





물건을 해외에 수출하면 2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타국의 시장 상황을 개인들이 알기 어려웠던, 80년대 종합상사가 전 세계를 누비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이제 클릭 몇 번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2. 인건비가 싸다





인도네시아에 사업을 꿈꾸는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에 한류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



특히 학생들이 쓴 사업계획서에는 이 이야기가 빠지지를 않습니다.





인건비 싼 시장이 맞습니다. 싼 인건비로 개발해서 한국 가지고 가시고, 외국에 수출하실 건가요?



인건비가 싸다는 것 한국보다 싼 거고, 미국보다 싸다는 것입니다.



현지에 진출하면 현지 업체들과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 기업들은 싼 인력 안 쓰고 비싼 인력 쓰나요?





사실 HR(Human Resource)의 문제는 해외에 나와 보시면 인건비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경쟁력 있는 인력을 어떻게 확보,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무슨 소리하는 거니? UI(University of Indonesia, 한국의 서울대) 나온 직원의 초봉이 50만 원 정도인데, 나는 70만 원 주고 쓰면 되는 거 아닌가? 한국에서 서울대 나온 애들 어떻게 저 가격에 고용하나?” 이렇게 말하시는 한국분 분명히 계십니다.





어렵게 진출한 한국계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적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과 열심히 소통해가며, 기술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가르쳐가며 직원들을 키워냅니다.



그 후에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을 배경에 둔 기업이 있습니다. 직원들을 어떻게 뽑을까요? 일인당 원화 20만 원 더 준다고 하고, 앞에 고생한 회사 직원들 뽑아갑니다.



한국 대기업이 저렇게 뽑아온 직원들과 천년만년 비즈니스 잘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경쟁자로도 안보였던 현지 기업이 대규모 VC에게 엄청난 금액을 투자받습니다. 미국에서, 중국에서, 유럽에서 다양한 글로벌 경력을 가진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을 합니다.





작은 잘못에도 화는 버럭 내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큰소리로 지시를 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시키고, 인도네시아어는 간단한 이야기 밖에 나누지 못하는 한국 관리자가 있는 기업.



현지인들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언어도 통하고, 미국적 비즈니스에 익숙한 관리자가 많은 현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 인도네시아의 인력들은 어떤 회사를 선택할까요?





해외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숙제는 인력입니다.



저도 아직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3. 동남아는 물가가 싸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동남아에 가면 원화 백오십만 원이면, 수영장 딸린 저택에 차 굴리고, 기사랑 식모랑 쓰면서 매일 골프 치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습니다. 저도 사실 인도네시아에 넘어올 때 저만큼은 아니라도 비슷하게는 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제가 한국에 출장을 가면, 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남아 물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지 백오십 만원은 아직도 한 푼도 오르지 않고 이야기 속에 등장합니다. 저는 항상 어느 동남아에 가면 저렇게 살 수 있는지나 좀 알려주세요 라고 대답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던 2007년 인도네시아의 최저 임금은 자카르타 기준 원화 8만 원 정도였습니다. 내년 인도네시아의 최저 임금은 자카르타 기준 30만 원 정도입니다. 최저임금은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물가가 9년 만에 4배 가깝게 올랐습니다.





동남아의 물가를 생각하실 때 꼭 감안하셔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지 물가와 외국인의 생활물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장 싸다는 야채류도 한국사람은 현지인이 잘 먹지 않는 배추나 무를 먹어야 합니다. 야채 가격은 쌉니다. 하지만 배추나 무는 싸지 않습니다. 어렵게 수입된 고춧가루를 사 먹어야 하고, 고추장 된장도 사 먹어야 하고, 멸치 다시마 등도 사 먹어야 합니다. 이런 한국식품과 관련된 가격이 살인적입니다. 동남아 방문하실 때 지인들께 서 그 곳에 계시다면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술 사가시지 말고, 고춧가루나 마른 멸치 사가세요. 훨씬 환영받으실 겁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인데도 과일 가격이 그렇게 싸지 않습니다. 물론 현지에서 많이 나는 망고나 망고스틴 같은 한국에서 귀한 과일의 가격은 싸지만, 배나 사과의 가격은 정말 엄청납니다. 사과 하나 사면 먹기 조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대부분이라 술이 엄청 비쌉니다. 한국식당에서 소주 한 병 먹으면 원화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입니다. 4명이서 삼겹살에 소주 몇 병 먹으면, 그냥 원화 20만 원 쉽게 나옵니다.





저 위에 백오십만 원이 어떻게 나온 금액인지 모르겠지만, 자카르타 시내에 아파트에 사시는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이 월세가 원화 백오십만 원은 넘게 주고 사십니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습니다. 감기 걸려서 병원 가면 그냥 십만 원 넘게 나옵니다. 어느 정도 아파서는 병원은 가지 않습니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인도네시아의 특징으로, 웬만한 의약품은 구글 돌려서 사 먹습니다. 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입니까?





이 정도는 시작입니다. 애들 교육비 문제로 들어가면 정말 심각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초, 중, 고를 보내 신 부모님들은 애들이 한국 대학교에 가면, 아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하십니다. 현지 학교에 보낼 수는 없고, 최소한 한국학교 아니면 국제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여기 국제학교의 수업료가 한국 대학교 등록금은 아무것도 아닌 실정입니다.





동남아에 대한 환상을 가지신 분이 많은 것 같아, 세세한 부분까지 솔직 하게 이야기드립니다. 동남아가 싸다고요? 살아 보십시오. 그나마 한국사람이 가장 적정하게 먹고살 수 있는 곳은 한국입니다.









4. 동남아에 사는 한국 사람을 조심해라





한국에서 출장 오시는 분들은 꼭 듣고 오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남아에 가면 “한국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



정확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사람 조심하셔야 합니다. 말 통하는 한국사람에게 큰 사기당하지, 말 안 통하는 현지인에게 큰 사기당하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현지에 계시는 한국분들 죄다 사기꾼 보듯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서 오래 일해서 완전 현지인화되었다고 무시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서 출장 오신 분이 사장님 뵈니까 이제야 한국사람 만난 것 같다고, 인터넷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분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찬찬히 지켜보려고 했는데, 뭐 찬찬히 지켜볼 여유도 없더군요.





압구정동에서 유명한 S가든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습니다. 백**의 본* 역시 인도네시아 진출해 있습니다. 본*의 경우 저녁에 예약을 하고 가지 않으면 밥을 먹기도 힘들지만, S가든의 경우 토요일 저녁에도 제가 모임을 하는 3시간 동안 2~3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습니다.





많은 실패의 요인들과 성공의 요일들이 있었겠지만, 제가 보는 이유는 입지에서 봤습니다. 훨씬 더 중심에 훨씬 더 비싼 건물(L백화점)에 그것도 꼭대기 층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S가든입니다. 하지만 이 위치가 한국사람의 동선과 너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곳은 번화가라 차가 심하게 막혀서 저녁에는 누구도 그 지역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곳입니다. 여기서 사시는 한국인 교민들에게 한 번만이라도 물어봤다면 절대 잡지 않았을 입지를 잡은 것입니다.





지금 S가든이 있는 L백화점은 20년 전에만 해도 늪이었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 길을 지나다니셨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한국식당 하나 없던 시절,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 곳에서 일하셨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는 항상 저에게 좋은 교과서가 됩니다.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셔야 합니다. 무턱대고 믿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히 들으셔야 할 것이 있고, 사업을 하시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을 캐치해 내셔야 합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남아는 한국의 입장에서 본 동남아이고, 한국의 환경이 투영된 동남아일 경우가 많습니다. 동남아는 그냥 동남아고 한국은 한국입니다. 며칠 출장 와서 본 동남아는 실제의 동남아와 전혀 다른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만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 곳도 역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니까요.





요즘 많은 분들이 동남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인도네시아 진출에 대해서 문의를 많이 하십니다.



한국의 지인분들과 술자리에서 편안히 들려드렸던 이야기를 묶어 봤습니다.



동남아는 가기만 하면 황금광이 펼쳐져 있는 곳도 아니고, 열대지역의 무지한 사람들만이 사는 곳도 아닙니다. 그저 한국처럼 세계 어느 곳처럼 우리와 조금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런 곳입니다.





다음편에서는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점에 대해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올려 드린 사진은 모두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 저작권 문제는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 글과 같이 해외 현지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 줄 수 있는 외부 필진을 찾고 있습니다. 해외에 계신 분들의 많은 관심과 자원 부탁드립니다~ ^^ by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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