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이국의 도시 베니스 여행 후기

  • 기사입력 2015.12.28 23:20
  • 기자명 소마


초등학교 때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너무 좋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고 꼭 가보리라 생각 했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 여행은 세 번째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베네치아. 죽기 전에 세계 80개국을 가보고 싶다는 20대의 꿈이 있었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그 꿈은 다르게 변했다. 마음에 드는 곳을 다시 찾아가기!




도시 전체가 다이달로스의 미로처럼 돌고 돌고 돌아도 결국 '산 마르코광장'으로 연결되는 그 재미는 온종일을 쏘다녀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마도 나는 베네치아에 또 오게 될 것이다.





이른 아침 그들은



베네치아 섬의 숙소에서 나오던 이른 아침. 수상버스를 타려는데 긴 바바리에 보라색 썬그라스 느슨한 스카프에 음악 속에 있는지 귀에 꼽혀 있는 하얀 이어폰 짧은 금발 컷트 그리고 블랙 백팩의 큰 키의 여자. 한손엔 나만한 커다란 개를 묶은 목줄을 쥐고 있었다. 개는 흔들리는 선착장을 잘 아는지 수상버스가 들어오자 뒷다리를 한껏 벌려 중심을 잡으려 한다.





이른 아침 개를 데리고 출근을 하는 걸까? 평일 개를 끌고 가는 느긋함이 부럽기도 하다.



'바포레토'로 출근하는 도시 베네치아



섬의 숙소에서 마지막 1day 티켓을 딱 맞추어 쓰기 위해서 아침 일찍 수상버스를 타고 다른 섬 조르지오를 돌았다. 숙소를 잡았던 섬과 무라노 섬, 그리고 아침에 들른 조르지오 섬은 모두 비슷한 섬 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고 아담하고 한가롭고 조용하다. 대체 이 섬의 사람들은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터는 본토에 있다. 이들에게는 거주지가 섬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말하는 종로구나 강남구다. 말하자면 강북에서 강남으로 출근을 하거나 강남에서 종로로 출근을 하는데 단지 교통수단이 배인 것이다. 베네치아의 수상 버스 ‘바포레토’는 거의 시간이 정확했다. 바포레토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출근 버스 생각이 난다. 이들도 졸고 피곤해 하고 허둥거리기도 했다.





우연한 밤 거리



아침부터 이상하게 가방에 무엇인가를 꺼내려 하면 그날따라 수첩이 유난히 같이 딸려 나왔다. 펜을 끼워 놓았었는데 펜이 자꾸 빠지더라. 아마도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복선이었던가 보다. 잃어버리고 안타까움에 같은 자리를 밤늦은 시간 수상버스를 타고 나가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버스를 타고 겨우 숙소로 돌아 왔다. 그 수첩에는 여행 일지와 나라마다의 인형 스케치들과 그 나라의 특징들을 내 나름으로 적어 놓았었는데 모두 날려 먹은 거다. 수첩을 못 찾고 허탈하게 돌아오던 길에서 물에 어른거리던 빛 그림자를 보았다.





산 마르코 광장까지 다다르자 하늘은 깊은 블루의 느낌으로 변해 갔다. 수첩을 잃어버려 만나게 된 산 마르코 광장의 야경은 낮의 화려함과 떠들썩함과는 다르게 베네치아 출신의 작곡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퍽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집시풍의 음악들이 처량하게 울려 퍼지고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어지기 아쉬운 젊은 청춘 남녀의 밤이 깊어 갔다.





나폴레옹이 베네치아를 점령하고 산 마르코 광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했다던가? 마르코라는 이름은 성경의 예수 제자 마가의 이름이다. 마가의 유해를 이집트에서 가져와 산 마르코 성당에 안치 했다.산 마르코는 ‘성스러운 마가’라는 뜻이다.





따뜻함을 품은 도시



세계적 관광 도시면서도 따뜻함이 남아 있다. 섬의 순박함이 산책을 하는 내내 잠시 머무르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높은 건물도 없고 차도 전혀 없는 섬은 느리고 느긋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이런 곳이라고 천천히 말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침시간의 섬은 조용하고 한가로움이 떠돈다. 2층 창에서 길게 반대편 건물에 연결되어 있는 빨래들에 그들의 식탁보와 드하(drap(프)침대 시트)는 그들의 아침과 그들의 잠자리의 사랑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빨래 줄에 그들의 삶의 색깔이 걸려 있다.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며 만들어진 좁은 골목들로 그늘이 깊다.빨래를 말리기 위한 오랜 삶의 지혜로 서로서로 마주보고 사는 이웃의 창에 도르레 장치로 빨래를 넌다.







이웃의 속옷과 이웃의 수건과 이불을 안다. 서로서로 배려하며 빨래를 말린다. 빨래가 수상도시의 물비린내와 함께 밝은 햇살에 반사되어 펄럭인다. 소박한 이웃들의 삶이 펄럭인다.



변하지 않는 도시 베네치아



세 번을 가고도 나는 그곳이 그립다. 무엇을 꼭 보고 싶어서도 아니고 가야 할 곳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들의 삶이 나와 달라서도 아니다. 베니스에 내려서던 그 아침에 하늘과 맞닿은 운하의 그림 속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을 머물게 했던 편안함이 있었다.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도시 베니스......



그에게 베니스를 보여주고 싶다.








"트렌드와칭 텔레그램 참여하기 (최신 소식, 자료 공유)"

somaim@think1more.kr

광고문의 보도자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