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돌아간 영원한 스타맨. 데이빗 보위

  • 기사입력 2016.01.16 17:33
  • 기자명 이현파





화성으로 돌아간 영원한 스타맨. 데이빗 보위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명제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런데 왠지 무대 위의 슈퍼스타들에게는 이 운명이 빗나갈 것 같아 보인다. 우리가 보고 듣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이다.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수만명의 관객을 어린아이 다루듯 하는 그들의 모습에 '죽음'이라는 단어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귓속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음악들 역시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을 기록한다.





결국 우리들은 가장 생기있고 정력 넘치는 순간만을 보고, 듣고, 기억할 뿐이다. 위대한 아티스트의 죽음이 우리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 우리 기억 속에서 영생할 것 같았던 영웅들이 세월의 유한함 앞에서 무너진다. 우리는 그들이 결코 '신이 아니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애써 믿고 싶지 않아 할뿐이다. 신해철과 레미 킬미스터(Lemmy Kilmister)의 죽음이 그랬으며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순진하게도, 그가 영원하리라 생각했었다.





데이빗 보위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결코 뻔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젊음과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부담스러우리만큼 화려했던 헤어 스타일과 화장, 아방가르드한 패션은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교과서로서 유효하다. 심지어 지드래곤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레이디 가가(Lady Gaga) 같은 슈퍼스타들의 패션도 보위가 없었다면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기타리스트 믹 론슨(Mick Ronson)과 함께 만들어낸 섹슈얼한 퍼포먼스 역시 보위의 비범한 매력을 만들었다. 시대를 앞서갔던 모든 천재들이 그랬듯 그는 수많은 팬과 안티를 동시에 보유해야만 했었다.









앨범을 발표한 보위는 자신을 '화성에서 온 외계인'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고 칭했다. 'Life On Mars', 'Space Oddity', 'Starman'처럼 우주를 소재로 한 명곡들이 보여주듯이, 그의 시선은 언제나 새로운 곳을 향해 있었다. 그가 정말 화성에서 온 록스타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데이빗 보위라는 인간의 모든 가치와 창의성을 담아내기에 지구라는 행성이 너무 좁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기 스타더스트 컨셉을 내려놓은 19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그는 슬슬 점잖아지는 듯 보였다. 바벨탑처럼 높게 치솟은 머리는 한결 단정하게 정돈되어갔고, 무대 위에서 자주 보여주던 야한 동작들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만의 '성숙한 젊음'을 유지했다.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등의 파트너들과 함께 수십년에 걸쳐 음악적 실험을 지속했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했다. 보위가 시대의 패셔니스타로만 생각된다면 그로서는 억울할 일일 것이다. 언제나 그는 젊었고, 뮤지션으로서 새로움을 쫓았다. 사이키델릭적 포크부터 펑크(Funk), 신스팝, 아트록, 앰비언트, 하드록 등 열거하기도 지루할 정도로 다양한 음악들을 시도했다. 심지어 영화까지. 그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했다.





쉰을 넘긴 나이에 오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무대에서는 젊음을 증명했고, 신인 밴드였던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음악을 듣고 홀딱 반한 나머지 함께 무대에 올라 'Wake Up'을 부르기도 했다. 2013년,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The Stars(Are Out Tonight)'의 뮤직비디오에서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과 함께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여담으로, 그 곡이 실린 앨범은 정말 놀라웠다. 그 앨범에는 현재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 밴드들도 배워야 할만큼의 에너지가 있었다. 20여년전, 보위는 자신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내가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보위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저 할아버지는 참 멋있게 늙는다'고 생각했었다. 보위는 음악으로서나 스타일로서나 그저 그렇게 늙어갔던 적이 없었다.









18개월간의 간암 투병을 버텨내며 발표한 앨범 는 그가 ''장르로 규정할 수 없을만큼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자신은 절대 과거의 존재가 아니라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 창작자의 생기로 가득차 있었지만,그 어느때보다 죽음에 맞닿아 있었던 작품이었다. 보위의 죽음을 며칠 앞두고 공개된 신곡 'Lazarus'의 뮤직비디오 속 보위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어떤 때보다 마른 모습이었다. 하얀 침실에서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사슬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하는 죄수처럼 그는 괴로워하는 듯 했다. 그리고 불안에 가득 찬 표정으로 묘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Oh, I'll be free, just like that blue bird'(이제 나는 자유로워질거야. 파랑새처럼)






화성에서 온 록스타였던 보위조차 자신의 죽음을 실감했을까. 확실한 것은 보위는 죽음이 자신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위와 오랜시간 동안 음악을 함께해온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Tony Visonti)는 '그의 죽음은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죽음 역시 예술의 일부였다'라는 말을 남기며 그를 추모했다. 데이빗 보위는 자신의 죽음 직전까지도 새로움을 좇았던 예술가였다. 그의 죽음 이후 접한 'Lazarus'의 뮤직비디오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데이빗 보위는 이제 역사 속에만 존재한다. 그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다는 나의 꿈도 결국 이룰 수 없는 버킷 리스트가 되었다. 언제나 젊었던 그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Space Oddity'의 우주비행사처럼 외롭게 우주 공간을 떠다니고 있을까. 화성으로 돌아가 먼저 떠난 믹 론슨을 만나고, 다시 지기 스타더스트의 삶을 시작하고 있을까. 어느 쪽이든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위는 단 한번도 지루한 길을 선택한 적이 없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젊음을 꿈꾸게 했던 그의 육체는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과 '간지'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다. 그렇게 그가 남긴 젊음의 씨앗은 어떤 방식으로든 싹을 틔울 것이다. 그렇게 보위는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편히 쉬시길. 영원한 스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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