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오픈 API, 페이스북/구글에 맞설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15.10.04 14:27
  • 기자명 최규문


2013년 새해를 맞으면서였습니다. 수 년째 묵혀두었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해봐야겠다고 작정하고 블로그 타이틀까지 개명을 했던 것이.

'리브라'라고 했었죠? 2012년 말쯤인가, 당시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대폭 바꾸면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검색 상위 노출만을 목표로한 어뷰징 작업 블로그들을 걸러내고 차단하겠다고 한 데 대해 잠시 기대를 가졌던 때였습지요. 그것도 잠시뿐. 리브라 적용 후 이른바 '저품질 블로그'에 대한 판단과 기준이 제멋대로고, 티스토리나 워드프레스 기반 블로그 글들은 네이버 검색 결과에 여전히 찬밥 신세라는 불만과 잡음들을 접하면서 정나미가 떨어져 네이버 블로그는 다시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이제 가두리 문을 여는가?



그로부터 2년 반도 더 지난 개천절 아침에 묵혀두었던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트 하나를 올려보았습니다.



제목은 [슬라이드세어] My Clipboards(내 클립보드)를 써 보셨나요? 글을 모두 작성하고 포스트 등록 옵션을 살펴보니 그동안 못보던 "[페이스북] [트위터]에 함께 등록" 이라는 옵션이 새로 생겨나 있더군요. 참 반가운 버튼이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출판 옵션



"진즉에 좀 이럴 것이지!" 하면서 [이 설정을 기본값으로 유지] 옵션에 갈매기 체크를 하고서 [확인] 버튼을 눌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도 곧장 글이 함께 올라오더군요. (공개 범위는 '친구만 보기'가 기본 설정이더군요.)



페이스북에 동시 등록된 네이버 포스트





사실 네이버의 '가두리 양식장' 정책과 '자사 블로그 검색 우선 노출' 정책은 많은 블로거들에게 늘 불만과 원성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시장의 눈초리는 여전히 차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네이버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들에 "개방성"이 서서히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의 Web 천하통일 무기, 페이스북 커넥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안과 밖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웹 세계 전체를 천하통일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자신들의 가입자 정보를 [페이스북 커넥트] 라는 Open API를 통해 다른 웹서비스 이용시 접속 인증을 대신할 수 있도록 개방해준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Like 소셜 플러그인]을 통해서 외부 타 사이트에서 일어난 사용자들의 액티비티 정보를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시켜 수집하는 '품앗이' 상생 구조를 만들어냈지요. 바로 이와 같은 개방과 상생 정책을 통해 페이스북은 안과 밖의 경계를 앞장서 허물어내고 "웹 OS"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네이버가 '가두리 양식장'이란 오명을 벗고자 시도한 것이 바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시도했던 오픈 API 정책입니다. 자신들이 기존에 확보한 사용자 DB와 서비스 데이터를 다른 웹서비스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적 전환을 시작한 것도 리브라를 도입하던 2013년이 시발이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다른 외부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 굳이 [회원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네이버 계정으로 바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인증해주는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API를 만들어 오픈한 일입니다.



네아로 API 공개 히스토리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할 수 있는 이른바 '네아로 API'를 공개한 히스토리를 뒤져보니 2013년 12월 중순이더군요.

* 참고글 : 외부 웹사이트/모바일앱에서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가능하다 (버섯돌이 김태현, https://goo.gl/DWUm1z )



제가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운영해보마 마음 먹었던 바로 그 해 말이었으니, 벌써 2년 가까이 지난 일입니다. 좀더 추적해보니, 한 사람이라도 더 유저를 확보해야 하는 네트워크 게임 사이트나 상업 블로그 운영자들 사이에서는 이 API기능을 발빠르게 활용한 흔적들이 이미 곳곳에서 보이더군요.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API 적용 사례, 레이븐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적용 사례 : 레이븐 게임 접속 환경 설정

* 이미지 출처: http://haeho.com/443 (티스토리 블로그, 유의미한 일상, 2015.03.27)

































[네이버 개발자 센터]에 들러 문서들을 살펴보니 네이버 입장에서는 오픈 API를 통해 "네이버 생태계"를 만들 목적으로 나름대로 시작은 야심찼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네아로) 오픈 API 안내문

네이버 개발자센터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오픈 API 안내문



너무 뒤늦은 감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폐쇄 DNA를 여전히 벗어내지 못한 탓일까요?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그런 API 기능을 활용하려는 웹사이트들이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페이스북 커넥트 로그인 API와 Like 플러그인이 거의 모든 쇼핑몰과 블로그를 비롯한 웹서비스에 이미 적용된 것에 비추어보면 3천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사용자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선도 포털 입장에서 참으로 때늦은 대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네이버 네아로 오픈 API 소개서 3쪽

네이버 네아로 오픈 API 소개서 3/15쪽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그렇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는 속담이 있지요. 검색에서부터 모바일 앱까지 여전히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네이버가 감당해주어야 할 우리나라 웹 생태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네이버가 지금처럼 성장해오기까지 희생양이 되어 주었던 수많은 개인과 중소 상공인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은 여전히 크고도 많습니다.



그러기에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 또한 적지 않고, 더 많은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 또 개인과 중소기업들의 비즈니스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기여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첫 걸음을 떼는 것은 어렵지만 한 번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면 그 걸음마는 금새 달음박질로 이어지는 것을 어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눔글꼴' 무료 공개 정신을 키워내길!



네이버 지난 역사를 통틀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유일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네이버 나눔글꼴"을 개발해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누구라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 배포했던 일입니다. 지도, 카페, 로그인 API 등 네이버 개발자 센터에 나열되어 있는 적지 않은 오픈 API 목록을 살펴보면서 "네이버도 많이 변했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도 페이스북 개발자 센터에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공유 API 도구와 개발자 지원 문서 목록을 비교해보면 "네이버, 페이스북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한 절로 드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페이스북 개발자 센터 지원 문서 및 툴 목록

페이스북 개발자 센터 지원 문서 및 툴 목록



다행스럽게도 네이버는 올해 들어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 '모두(modoo)'나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비롯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한 서비스 개방을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웹 개발자들이 활용 가능한 오픈 API를 늘려감으로써 사업자 및 사용자들과 협력 공생 관계를 키워내는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것이든 경쟁에 의해 강요된 것이든, 결과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2015년 마지막 분기가 시작되는 10월을 맞으며, 늦은 감은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멋진 경쟁을 기대해 봅니다.

더 나아가 네이버/카카오와 페이스북/구글의 '통큰 경쟁'을 즐겁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과욕이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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