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면?(Feat.중앙은행)

  • 기사입력 2018.03.28 10:39
  • 기자명 윤형석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가 주도 가상화폐는 ‘소버린 암호화폐(Sovereign Cryptocurrency)’, ‘CBCC(Central Bank Crypto Currency)’ 또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등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편으로는 서로 앞다투어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국의 가상화폐 개발연구 사례



1. 네덜란드은행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DNB코인’을 개발하였다. 중앙은행이 스스로 가상화폐를 발행하여 블록체인 기능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추구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네덜란드은행 내부에서의 시험을 목적으로 개발되었기에 일반 유통되지는 않았다.



2. 캐나다은행은 지금까지의 RTGS(Real Time Gross Settlement)와 비교 후에 비용과 효율의 개선을 판단하기 위하여 ‘CAD코인’을 발행하였다. 은행 간 거래를 재현한 유사환경를 조성 후 상업은행, 민간기업과 연대하여 블록체인 실험을 하였다. 실험에 참가한 민간금융기관이 캐나다은행의 특별계정에 자금을 담보로 넣고 그 대가로 캐나다은행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중앙은행채무(예금증권)을 발행하는 구조이다.



3.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가상화폐 ‘RS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제안하는 논문이 나왔다. 이 논문은 중앙은행과 이용자 사이에 중재하는 복수의 민테츠(Mintettes)라 불리는 주체에 대해 말한다. 중앙은행은 발행주체가 되는 한편, 거래 내용의 조사, 승인 등 관련된 정보를 중앙은행에 보내기까지의 처리는 복수의 민테츠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4. 중국인민은행은 중기적(中期的)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구상을 대외적으로 밝힌 바가 있다. 우선 민간은행에 의해 발행되어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입금이나 출금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접형 접근’을 선택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은행권 유통 구조를 활용하는 편이 중앙은행 주도 가상화폐가 종이 은행권을 서서히 대체하는 것에 용이할 것이라는 이유이다. 민간은행도 참가하는 이유는 리스크 분산 및 혁신촉진, 실물경제에 기여함과 사람들의 니즈(Needs)에 대응하기 쉽다고 밝혔다.





국가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는 이유



대체 무슨 이유로 국가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현금의 유통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종이기반의 결제수단 이용에 드는 비용이 전체 GDP의 0.52%에 달한다. 보이지 않지만 현금의 운송과 보관, 이용에 드는 비용은 국민 전원이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부담하고 있다. 이에 북유럽을 중심으로 무(無)현금화가 진행되고 있어 은행권의 발행 관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면 이러한 사회전체의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종이화폐의 제조비용 또한 큰 폭으로 감소된다.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면 액면가에 제조비용을 제외한 시뇨리지(Seigniorage, 화폐발행이익)를 얻게 된다. 여기서 화폐를 발행하는데 자원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 시뇨리지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는 제 3자의 중개기관 없이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소액지급결제와 국제송금 등에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현재 중앙은행은 지급준비금의 양 또는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변화를 통해 물가수준을 조절하고 있다. 이러한 통화정책 과정에서 현금이나 디지털화폐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무이자채권인 현금이 통용되는 경제에서는 단기명목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울 때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행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화폐는 마이너스 금리 적용이 가능하므로 제로금리 하한 문제(Zero lower bound problem)를 완화시켜 줌으로써 통화정책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는 모두가 장부를 공유하고 수정이 불가함으로써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를 감시하여 불법과 탈세를 줄여 지하경제 양성화를 이루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중에서도 국가가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방위적인 이유이다. 가상화폐 사용이 확산되면 중앙은행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초의 암호화폐이자 기축통화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신원불명의 인물에 의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중앙은행과 정반대인 ‘탈중앙화(Decentralize)’의 성격을 띈다. 이러한 가상화폐의 사용이 확산되면 중앙은행의 역할과 통화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가상화폐를 발행하여 다른 가상화폐가 은행권을 능가하는 사태를 피하는 것이다.





국가가 가상화폐 시 고려해야할 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가 가지는 장점과 가치 안정성을 모두 제공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리스크가 있는 민간은행에 맡겨 둔 예금을 중앙은행 가상화폐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예금 인출이 계속되면 민간은행들은 보유하던 대출 포트폴리오들을 정리해야 하고 은행산업 전체가 위축되면서 은행 인원이 점점 감축될 것이다.



가상화폐와 관련하여 기존의 프라이버시(Privacy) 문제도 고려해야한다. 가상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금융당국이 소유주를 추적하여 거래를 감시할 수 있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금 거래처럼 가상화폐도 거래의 익명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란도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가상화폐 발행 시 지급・결제・청산 측면에서의 효율성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이니만큼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도입할 모든 지급결제 인프라는 블록체인 플랫폼과의 호환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제결제은행(BIS)은 「굳이 발행할 메리트는 한정적」이라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의 통화량이 지금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에 법정통화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금융대책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발행 가상화폐에 대한 의견



전세계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발행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가상화폐의 출현에 위기감을 느낀 중앙은행들이 궁여지책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려 하는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화폐의 긴 역사를 보면 상품화폐, 금속화폐, 주조화폐, 종이화폐라는 흐름 속에서 화폐는 그때마다 이용가능한 소재로 당시의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져왔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혁신의 출현과 동반하여 가상화폐를 발행하려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흐름이며 ‘역사의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만들어진 의도는 국가로부터의 ‘탈중앙화’였지만 암호화폐의 기술은 의도와는 반대로 더 강력한 ‘중앙화’를 가져올 것이다. 가상화폐가 ‘화폐’로써 진정한 탈중앙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1)가치를 고정시킬 앵커(Anchor)가 필요하며 (2)널리 보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이용하여야 한다. 그나마 기축통화로써 거래에 조금씩 사용되고 있는 비트코인조차 소수의 인원이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너무 커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에 비해 국가가 주도하여 가상화폐를 만든다면 위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첫 도입에 약간의 혼란이 오겠지만 화폐가 보급됨에 따라 점차 종식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코인들이 나오겠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가 아닌 자사의 자금조달을 위한 일종의 주식과 같은 형태로 지금도 화폐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부족한 거래 속도문제만 보완된다면 국가의 가상화폐 발행에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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