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낮은 수준의 생각전략

  • 기사입력 2020.04.14 17:31
  • 기자명 트렌드와칭

낮은수준의 생각전략---

학창시절 내 동생은 시험이 가까우면 방을 치우고 책상을 치웠다. 주위가 깨끗해야 몰입이 잘된다는 이유였다. 열심히 치운후에는 "아 힘들어. 고생 많이했으니 이제 좀 쉬어야겠다"라고 하고 잤다. 막상 공부에는 시간투입은 거의 못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이것저것 주변 일을 하면서 뜸을 들인다. 때로는 주변일을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

한 심리서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낮은수준의 생각전략'이라고 명명한다. 중요하지만 하기싫은 일이 있을때, 높은 수준의 생각을 써야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때, 단순한 일을 하고 낮은 수준의 생각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즉, 중요한 일을 회피하는 자신을 합리화 하고 안심을 주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것이다.

공부하기전에 방정리, 책상정리를 한 내 동생의 전략이 그 예이다. 막상 중요한것은 공부인데 하기 싫으니 책상정리라도 하는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공부에 도움이 될것같은 뭐라도 했기에 죄책감을 던다. 그러나 성과와는 무관하다.

사업이 안되면 잘되는 방안을 연구해서 실행하는것은 높은 수준의 생각을 써야하므로 힘들다. 그러나 핑게대고 불평하고 의미없는 회의를 하는것은 쉽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후자를 하면서 스스로 만족한다. 뭔가 일을 한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략적으로 본질을 회피한것이다.

나는 한동안 '영어를 효과적으로 공부 하는법'을 찾아다녔다. 사실 영어공부 영역에는 수 많은 베스트셀러가 있다. 영화를 통채로 외워라, 핵심 문장을 외워라, 죽도록 반복해서 들어라. CNN을 봐라, 프렌즈를 봐라... 수십권은 읽은듯 했다. 방법론을 이해하고 나면 그럴듯했고 나의 영어실력이 갑자기 늘은 느낌이었다. 뿌듯했다. 그러나 그런 책을 읽었다고 실력이 늘리는 없다.

내 지인은 그런 책 한권도 안읽고도, 그저 쇼가 재미있어서 매일 영어 쇼를 보고 토론이나 외국친구 모임 같은데 가서 수시로 수다떨더니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

내가 그 책들을 찾고 읽고 분석하는 시간에 그저 흥미로운 영역의 영어를 매일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것이다.

즉, 내가 한것은 '낮은 수준의 생각 전략'이었던 것이다. 영어를 쓰고 말하는 자체를 매일 하기 귀찮으니 영어 잘하는 방법의 책을 읽음으로서 회피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내가 영어공부 한것 처럼 착각하고 합리화했던 것이다.

특히, 나 같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오류에 많이 빠진다. 예를들어, '운동하는 법'만 백날 읽는다고 몸이 건강해질리 없다. 그 시간에 걷는게 낫다. 그러나 이런 책만 읽고 머리속으로 만족만 한다. 왜? 독서가들에게는 걷는것보다 책 읽는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물론, 독서가 나쁘다는것은 아니다. 독서가 실행과 연결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역으로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독서가 높은 수준의 생각을 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쉬운 것을 할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바쁘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진짜 중요한 일에 바쁜가? 아니면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쉬운일을 하면서 이게 그 중요한 일에 도움될거야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컬럼은 신수정(KT 부사장)님의 동의를 받고 기사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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