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블록체인으로 미투(MeToo)를 폭로하다

  • 기사입력 2018.04.25 11:44
  • 기자명 윤형석


2018년 4월 23일 오후 1시경.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한 트랜잭션(Transaction, 거래)이 기록되었습니다. 한 계정이 자신의 계정으로 0이더를 보낸 이 트랜잭션은 금융 거래로서 의미는 없지만 아주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더리움에서 발견된 특이한 거래







출처: 이더스캔(etherscan.io)



퍼블릭 블록체인의 모든 트랜잭션은 블록 익스플로러(block explorer)를 통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합니다. 이더리움 블록 익스플로러의 일종인 이더스캔(etherscan.io)에서는 어떤 계정이 얼마를 보냈는지, 가스(거래수수료)는 얼마나 지불했는지 트랜잭션을 언제 실행했는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



이더리움을 전송할 때 트랜잭션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을 보낼 주소 입력 칸 외에 ‘TRANSACTION DATA’칸이 있는데 이곳에 16진법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트랜잭션과 함께 영원히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됩니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트랜젝션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인풋 데이터에 있습니다. 16진법으로 표기된 이 데이터를 문자 인코딩 방식 중 하나인 UTF-8로 변환하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UTF-8로 변환한 메시지 (출처: etherscan.io)



인풋 데이터에 기록되어 있는 글을 한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문보기)




저는 북경(北京)대에 재학 중인 위에신(岳昕)입니다. 지난 9일, 다른 7명의 학생들과 함께 대학 측에 성폭행 사건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네가 이러고도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냐’ 등의 협박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받았습니다. 23일 새벽 1시에 한 교직원 분이 저의 핸드폰과 컴퓨터에 있는 정보공개청구서와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학교의 대응에 화가 나 다음 다섯 가지 내용을 요구합니다. (생략)






메시지가 토로하는 성추행 사건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3년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95년 당시 북경대 중문과 신입생이었던 여대생 가오옌(高岩)의 지도교수였던 선양(沈陽) 교수는 가오옌을 문헌반 학습위원으로 지명한 뒤 학습과제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후 선양 교수는 가오옌을 뒤에서 껴안고 얼굴에 억지로 입맞춤을 하였고 가오옌은 이를 친구였던 리유유(李悠悠)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러나 선양 교수는 평소에 성품이 좋고 인자하기로 유명하여 주변 사람들은 가오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했습니다. 선양 교수 또한 가오옌의 말이 모두 거짓이며 그녀가 평소 정신 질환의 증상을 보여왔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후 가오옌은 교내에서 온갖 소문에 시달렸으며 3년후 1998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이 성추행 사건은 그렇게 묻혀져 가다가 중국에서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가오옌의 친구였던 리유유의 글에 의해 다시 떠오르게 됩니다.





검열을 피해 블록체인으로 사건 공개



지금까지 성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정보공개요청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해당 교수의 사임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었으며, 웨이보・위챗 등의 대형 SNS 서비스와 북경대 게시판 등지에 공유되던 관련 글들이 빠르게 삭제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는 관련 글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더리움 트랜잭션에 담긴 이 인풋데이터는 국경을 넘어 전세계 사람들이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할 당시 이미 해당 트랜잭션은 10,000번 이상의 블록 컨펌을 받은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이제는 그 누구도 내용을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더스캔에는 ‘블록체인에는 404가 없다’, ‘당신을 지지한다’등 수많은 코멘트가 달렸으며 해당 계정으로 이더리움을 보내며 응원의 글을 남기며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 이더리움 계정 소유자는 다른 셀프 트랜잭션 하나를 만들어 ‘나는 위에신이나 그녀의 친구가 아니며 그저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녀의 글을 저장한 것이다. 기부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블록체인이 보여준 미래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중앙정부의 검열이 심한 것을 처음 알고는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 친구들도 그러한 실태에 매우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중국 정부의 도를 넘은 검열에 대한 비판을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번 일은 중앙 정부의 권위에 대항하여 탈중앙화로서 검열을 무력화시켜 표현의 자유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이러한 고발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중앙의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잊혀져간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블록체인이 인권의 발전과 평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1. Chinese #MeToo Student Activists Use Blockchain to Fight Censors (Bloomberg Technology)

USR: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8-04-24/chinese-metoo-student-activists-use-blockchain-to-fight-censors



2. 4월 23일, 중국에서 누군가가 쏘아올린 작은 트랜잭션 (#HASHED POST)

USR: http://www.hashedpost.com/2018/04/hashed-report-4-23.html



3. 中도 '미투열풍'…"지도교수에 성폭행당한 명문대생 자살" (News1 뉴스)

USR: http://news1.kr/articles/?3283627



4. '교수님'에게 성폭행당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자 목숨 끊은 여대생 (인사이트)

USR: http://www.insight.co.kr/news/149665






이 사건은 블록체인의 암호화, 탈중앙화, 수정불가능한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사회고발 사례로 남게 되겠습니다. 세계의 역사가 블록체인에 기록될 날도 올까요? by 배운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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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gze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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