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와칭]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 40조원 합병의 의미

  • 기사입력 2016.08.02 10:33
  • 기자명 정주용


2016년 8월 1일. 무성하던 소문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중국판 카카오택시인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가 합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양사의 합병 소식은 전세계 모든 경제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전략적 협력 결정은 극단으로 치닫던 두 회사의 경쟁구도를 단숨에 협력적이면서도 담합적인 훈훈한 분위기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까지 양사는 경쟁적인 투자유치를 지속해왔다. 디디추싱은 애플에 1조여 원을 투자 받았고 우버는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4조원대 투자유치를 성사시키면서 극한으로 치닫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이번 합병 결정이 극적 반전의 클라이맥스로 불릴만하다.





우버, 디디추싱 지분 20% 취득 1석 2조 상승효과



이번 합병은 표면상 우버가 백기를 들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중국 시장은 서구권 ICT 기업이 넘기 힘든 만리장성 같은 장벽임을 재확인케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우버가 패배자인 것만은 아니다. 우버와 바이두 등 기존 우버차이나의 주주들이 디디추싱의 지분 20%를 취득하게 된다.



우버차이나를 품은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 공유라는 거대한 중원을 90% 가량 장악하면서 무적의 영향력으로 지속 성장을 보장받는다. 우버는 우버차이나를 포기한 대가로 중국 시장의 패권을 확고히 다지게 된 디디추싱의 지분을 취득하게 된 것이다.



우버 본사는 애써 디디추싱과 격렬한 전쟁을 펼치지 않으면서 디디추싱을 글로벌 전략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맞이하게 됐으니 1석2조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넘사벽 디디추싱



디디추싱의 입장은 어떠한가? 2015년 초 텐센트의 디디다처와 알리바바의 콰이디다처가 전격 합병으로 탄생한 디디콰이디(이후 디디추싱으로 사명 변경)에 놀라던 것에 비하면 이번 우버차이나와의 합병은 오히려 놀랍지 않다.



당시 디디와 콰이디의 합병으로 이미 시장점유율은 80%를 육박한데다가 이번 우버차이나 흡수합병으로 발생한 추가 시장 점유율은 당시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미 디디추싱이 중국 택시와 버스, 자가용 지배력이 압도적 수준이며 그 뒤를 공동 지원사격해주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ICT 생태계는 날이갈수록 두텁고 종합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장악 중인 온갖 종류의 오프라인 포섭작업과 콘텐츠 융합, 간편결제에서 분화 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핀테크 실험을 고려하면 바이두의 손을 잡고 덤벼들었던 우버의 시도는 '귀엽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던 것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손을 잡는 순간부터 애초에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디디추싱의 압도적인 지배력은 넘사벽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우버의 중국 내 후견인을 자처하던 바이두 또한 디디추싱의 주주로 변신하게 됐다. 속칭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모두 디디추싱이라는 이름 아래 뭉치게 된 것이다. 충분히 독과점 이슈로 불가능해보이는 구도도 중국 인터넷플러스 시대에는 디지털 교란이라는 명분 아래 가능한 일이 된다. 시진핑 정권의 숙명적인 방향성 '디지털 중국' 기여하는 행동이라면 독과점도, 과점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창업 4년차 34세 CEO가 이끄는 디디추싱의 기업가치 국내 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과 맞먹어



최근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280억달러(한화 약32조원)로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었다(당시 투자에 애플이 참여했다). 이번 합병으로 우버차이나를 품에 안은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70억 달러를 추가한 35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올해로 창업 4년차인 34세 청년이 이룬 성과라서 놀라움이 배가된다.



'40조원'하면 사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모든 기업 중 디디추싱보다 큰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뿐이다. 시가총액 2위인 한국전력이 40조원으로 디디추싱과 필적할 만하다. 시가총액 3위인 현대차보다 10조원 이상 규모가 크고 4천만 충성 소비자를 보유한 6조원의 카카오보다 6배 넘는 규모다.



30대 창업자 CEO 청웨이가 이끄는 디디추싱의 기업가치가 거대 규모임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의 스케일과 오프라인을 순식간에 교란하는 O2O혁명에서 무서움 마저 느껴진다.





두 거대 비상장 스타트업 거인들이 창조할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교란 가속화 예상



디디추싱은 우버보다 비즈니스를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아시아적인 차량 O2O앱 서비스로 가장 빠르게 진화했다. 디디추싱에는 카카오택시, 우버, 콜버스, 대리운전 서비스가 들어있다. 운임도 시시각각 자율로 정해지고 세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텐센트 알리바바의 핀테크 생태계와도 혼연일체를 이룬다. 그야말로 가장 아시아적이면서도 선진적인 교통 O2O 서비스인 것이다.



디지털 교란 시장에서 가장 성장성 있는 시장이 아시아이고 그 중에서도 중국이 대부분이라면 디디추싱은 이미 거대한 시장의 파이를 점령한 시장의 주력세력이 맞다. 우버가 2014년 말부터 디디추싱을 향해 공격의 포화를 내뿜었다면 2016년 8월 1일부로 소모적인 전쟁은 종식되고 평화로운 글로벌 수준의 담합으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이로써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두 마리 공룡 O2O플랫폼은 하나의 운명체를 이뤄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제 이들이 도전장을 내밀 상대는 미국이나 중국의 다른 디지털 강자가 아니다. 이들이 위협하는 상대는 전세계 오프라인 운송 및 물류 산업 전체인 것이다.



택시산업뿐만 아니다. 이미 우버가 미국에서 위협하고 있는 광범위한 물류산업과 운수산업, 항공 및 해운업까지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 움직이는 모든 차량과 모든 것(things)들이 두 디지털 교란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경쟁적 틀에서 자유로워진 두 비상장 스타트업 거인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창조할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교란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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