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싫어요' 버튼 정말 생길까?

  • 기사입력 2015.09.18 12:51
  • 기자명 최규문


요즘 페이스북이 [싫어요(dislike)] 버튼을 만들어 붙일지 모른다는 기사가 매스컴에 뜨면서, 어제 오늘 기자들로부터 어찌 생각하느냐는 인터뷰 질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요.



저는 단호히 딱 잘라서 답했습니다.




말은 나왔을지 모르지만 실행은 어려울 겁니다. 만의 하나 실행이 된다면 싫어요 대신에 "슬퍼요"와 같이 부가적인 감정 표현이 추가되거나, 개인별로 원하는 사람만 싫어요 버튼을 붙일 수 있도록 옵션으로 제공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근거로 덧붙이기를...





좋아요 버튼은 가장 우수한 차별상품이다.



페이스북이 "좋아요" 버튼을 런칭한 것은 2009년 2월 9일이다. 페이스북에서 "라이크(Like)" 버튼의 등장은 나중에 모든 인터넷 웹사이트를 '라이크 소셜 플러그인'으로 통일하게 되는 혁명적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2007년 5월에 페이스북이 단행했던 오픈 API 정책과 더불어 지금의 페이스북이 있게 한 가장 큰 무기였다. 여타 다른 SNS 서비스들의 번잡스런 소셜 버튼들과 차별되는 핵심적인 기능이자 상징물이다. 그것을 지금 와서 스스로 깬다는 것은 자신의 가장 우수한 차별상품 하나를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친구와 친구간의 쌍방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공간이다.



더욱이 페이스북에서 소통은 기본적으로 "친구(friends)" 관계임을 전제로 시작된다. 물론 맺을 수 있는 친구 숫자가 5천명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그 이상이 되면 '구독(follow)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지만 페이스북에서 팔로잉은 트위터의 팔로잉과 달리 '단순 구독'이라기보다 '매니아'나 '팬'에 가까운 성격이다.

무릇 친구라 부르려면, 설령 어떤 친구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나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심지어는 내가 보기엔 그것이 틀리거나 그릇된 것이라고 느껴질지라도, 일단은 상대방 입장에서 그 의견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받아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게 진정한 친구의 도리이고, 친구 관계 유지의 핵심 조건이다.

만약에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이나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싫어요"를 남발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친구관계의 손상이나 상처를 전제하는 행위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좋아요"와 반대되는 의미의 "싫어요"가 생기는 순간 페이스북의 기본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친구관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스스로를 키워준 친구의 개념에 상처를 자초하려 든다면 상당히 멍청하고 무모한 짓이다!





'좋아요' 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서 꼭 생겼으면 하는 버튼이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주변 친구나 지인들이 사망을 했거나 심각한 사고를 당했거나, 비극적인 아픔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은 감정적으로 쉽게 용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들 때문에, "슬퍼요" 혹은 "위로 드려요" 따위의 버튼이 필요한 경우는 의외로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굳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대신 마음 깊이 위로와 애도의 뜻을 담아 정중히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기면 된다. 그게 친구로서 마음을 전하는 기본 도리이자 최소한의 에티겟이다.





페이스북은 '아고라'와 같이 찬반토론 공방을 벌이는 전투광장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친구들의 살아가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들어주고, 칭찬하고, 위로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줌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믿음과 신뢰관계를 키우는 곳이지, 논쟁이나 싸움을 벌이는 전투장이 아니다.

따라서 찬반으로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좋아요"와 "싫어요"를 대립시키는 짓은 페이스북이 자신을 키워온 기본 철학을 부정하는 짓이 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그러므로 그것은 백해무익한,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제가 인터뷰에 응답한 결론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결론적으로, 마크 주커버그가 무슨 이유로, 어떤 일이 생겨서 그런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 정신을 차리고 차분히 생각하면 절대 [싫어요] 버튼을 만들 일은 없을 겁니다. "



"만약에 페이스북이 꼭 그런 기능을 추가하려 한다면, "슬퍼요" 또는 "위로드려요" 버튼 정도를 만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정 [싫어요] 버튼을 원하는 사용자들이 있다면, 지금 [팔로우] 허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듯이 [싫어요] 버튼 역시 달지 말지를 개인 사용자의 선택에 맡기도록 옵션으로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물론 그 옵션도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이 바람직하고, 꼭 붙인다면 디폴트 설정은 무조건 없는 것(기능 버튼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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